테크리드 오답노트

소개팅, 애프터 그리고 결혼

dxnlab 2026. 9. 16. 19:47

예기치 않게(?) 바로 앞 문제는 리더쉽에 의외로 반향이 있어서 당초 계획을 조금 앞당겨 봅니다. (어머 여러분 이런거 좋아했구나?) 면접, 채용 이야기입니다.

채용, 그리고 면접은 비단 기술 조직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이라는 세간의 말처럼, 어떤 특성을 우선하고 무엇을 거를지는 비전/문화/전략 모든 부문에 중대한 영향을 줍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 조직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 결정 하나가 조직 전체를 와해 시키는 발단이 되기도 합니다. 경험담입니다. 안타깝게도.

일반적인 채용 과정에서는 서류 심사 후 1, 2차 면접 (각각 실무, 인사 면접)을 거쳐 최종 채용 여부를 확정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세스를 반 농담 삼아 “첫 소개팅과 애프터하고 결혼 날짜 잡는 일” 이라 합니다. 반만 농담입니다. 그만큼 짧은 시간 내에, 몇 가지 제한적인 상황의 반응 만으로 어떤 사람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지독한 오만일 겁니다.

짧게, 면접은 그 사람(지원자)에 대한 대략적인 성향과 판단 기준을 가늠하고, 지원 서류 내용의 진위 여부를 다소 걸러낼 수 있는 포맷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같이 일하고 싶도록 보여야 하는 것은 지원자만이 아닙니다” 쫌.

 

현재 포지션에 적합한 특성/성향/레벨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뽑으려는 자리/포지션이 있으니 면접을 보고 있을 것이고, 해당 포지션에 기대하는 역할이 있을 겁니다. 특성과 성향은 그 자체로 동전의 양면입니다. 한 사람이 동시에 영민하면서 우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포지션에 적합한 성향을 MBTI 같은 방식으로 그려 볼 수도 있을 겁니다 (MBTI를 보라는 말이 아닙니다. 제발).

사람의 특성/성향, 가치관은 삶의 여러 선택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사회과학에서 노출된 응답의 편향Expressed response bias이라 하는 영역입니다. 신입 공채 입사 지원서에서 도전적이고 성실하며 패기 넘치지 않을 지원자는 없습니다. 다만 서류에는 ‘그 근거로 내가 이런 경험을 했다’ 정도만 있습니다.

면접은 실시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바로 그 내용을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런 활동을 하셨어요? 왜요? 어떤 배경에서?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뭔데요? 같은 이유라면 이렇게 판단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아까 얘기하셨던 사례와는 앞뒤가 좀 안 맞네요?

물론 사람이 늘 한결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 기질이나 가치관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짐작한 기질/성향/가치관을 바탕으로 지금 포지션에 들어 왔을 때 핏Fit을 가늠해 봅니다.

여기까지만 보고 행여 ‘그럼 어떤 기실/성향/가치관이 취업에 유리해요?’라고 묻는 분이 있을까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그야 포지션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죠. 단순히 조직 성격 만으로 외부에서 가늠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지금 팀 구성이 다들 내향적이라 새로 올 사람은 좀 외향적인 사람이 좋겠다, 이제부터는 시야가 넓은 사람이 전반적인 운영을 보조해 주는게 좋겠다, 지금은 교육 리소스 여력이 부족하니까 눈치 빠른 사람이 좋겠다. 혹은, 지금 지원자들 중 하나하나는 튈 수도 있겠지만 이 둘이 같이 있으면 적당히 밸런스가 맞겠다. 여기는 이 부문 코딩 스킬이 최소 이 수준은 알아야 하겠다 등등.

그걸 어떻게 알아요 면접관이 노스트라다무스도 아니고. 지레짐작해 보는 거지. 맞아 떨어지면 좋고, 틀렸을 때 치명적이지 않은 선에서. 대체로 작정하고 꾸며내는 — 앞뒤가 안 맞거나, 속내를 알 수 없는 — 경우만 피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가 워낙 많거든요.

 

지식은 틀릴 수 있습니다. 생각/학습하는 경로 — 태도를 짚어 봅니다.

출제자의 고민이 부족할 때 문제는 쉽게 독심술의 영역이 됩니다.

ㅁㅁ는 ㅇㅇㅇ다. 앞의 빈칸을 알아 맞춰 보시오.

아 글쎄 차라리 사주를 보시라니깐.

지식을 묻는 것 또한 그렇습니다. 물론, 스스로 설명하는 어떤 경험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중간 경로 상의 지식도 반드시 존재하며, 경험의 진위 여부를 위해 그 지식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가령 K-means clustering분석으로 데이터 군집을 판단해서 어떤 분석을 끌어냈다면, K-means 알고리즘의 알고리즘/의사코드Pseudo code를 물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상식 아니야?’ 의 상식은 경험과 배경에 따라 갈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지식이라도 관점과 맥락에 따라 다른 측면을 가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지원자가 단순히 어떤 지식을 잘 외우고 있는지는 평가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봅니다.

가령 (써 먹었던 질문이라면) HTTP 메시지 구조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까? 같은 질문이 있습니다. 많이 써먹은 질문은 아니지만, 하나도 안 틀리는 지원자 못 봤습니다. 물론 이 분야에서는 기초적인 지식이지만, 그 지식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질문이 아닙니다. 정보를 종합하고 이해/소화해서 실무에서 응용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관련 지식에 어느 정도 폭과 깊이로 파고 드는지를 보려는 질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질문은 지원자의 응답 내용에 따라 몇 단계를 더 파고드는 심층 질문 형태가 됩니다.

지식은 틀릴 수도 있고 까먹을 수도 있지만, 학습의 태도는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니 상식 퀴즈를 맞춘 갯수로 점수를 내고 있다면, 명백한 오답이라 하겠습니다.

 

같이 일하고 싶도록 보여야 하는 것은 지원자만이 아닙니다

시험이 아닙니다. 소개팅입니다. 이걸 굳이 강조하는 이유가, 아무리 의식적으로 동등한 입장을 강조해도 막상 면접관 자리에 앉으면 까맣게 잊어버리기 십상이라 그렇습니다. 머리로 알더라도 채용 면접이라는 형식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원자(피면접자interviewee)가 아쉬운 입장이기 쉽습니다. 원칙적/이론적인 이상론 아닙니다. 잊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유물론 좋아하는 엔지니어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꼭 그런 순간들이 있을 겁니다. 좋은 동료 한 사람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일 잘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귀한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업종 통념에서 상위 1 quartile (top 10%)의 생산성을 중위 5–6 quartile의 x10 배 정도로 봅니다.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가장 차이가 적은 단순 작업이라도 인당 생산성이 2–5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사람의 존재는 단순히 그 개인에 그치지 않고, 조직 전반의 문화/분위기를 크게 좌우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2–3명 이상 조직화 하면, 경험적으로 중하위 10배수 조직에 비해도 5배 이상의 생산성을 보입니다. 사실상 인당 생산성으로 x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중하위 인원 조직은 숫자를 늘릴수록 단위 생산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좀 다른 이야기이니 다음 기회에)

단순히 채용/면접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닙니다. 일 잘하는 인재는 딱히 우리 회사/조직에 크게 아쉬울게 없습니다. 채용/면접 과정에서 불균형이 심할수록 아쉽지 않은 사람들(편의상 상위 인재라 쓰겠습니다)은 쉽게 떠나고 더 아쉬운 사람 위주로 남습니다. 어떤 조직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상위 인재 한 두 사람을 구할 수는 있습니다. 인생은 랜덤Life is Random! 이잖아요? 하지만 상위 인재 비중 20–30%로 끌고 가는 조직과 5–10%로 끌려가는 조직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오래 못 버팁니다.

세상에 아웃라이어는 반드시 존재하지만 오랜 시간/샘플의 누적은 결국 평균치로 수렴합니다. 이걸 주의하지 않으면 어느 한 기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조직을 보게 됩니다. 알아 차렸을 때는 대개 복구 불가능한, 차라리 처음부터 새로 꾸리는 편이 나은 상황이기 십상입니다. 역시 경험담입니다.

 

채용/면접이 절대적이진 않겠지만, 그 모든 시작이라고 봅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패를 망치고 싶어 작정한게 아니라면 — 모든 지원자에게 최대한 잘 보여야 합니다. 적어도 의식적으로 노력 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는 생각보다 쉽게 오만해 질 수 있는 인간입니다. 그래서 소개팅입니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좋은 사람도 우리에게 오지 않습니다.

결혼(계약)까지 서로 알아 볼 시간은 기껏해야 한 두 번에 불과합니다. 최선을 다한다고 꼭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노력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망합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진심으로 사주를 보는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어설픈 도박사보다 원숭이들의 랜덤 투자가 수익율은 좀 낫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슬프지만.